knitlog #1 — 처음 잡은 실과 바늘
진짜 처음 뜨개질을 시작한 건 초등학생 때였다
엄마가 알려줘서 시작했는데, 그때는 목도리를 떠보고 싶었다
실이랑 바늘을 잡고 열심히 떠보기는 했는데 결국 목도리는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고등학생 때였나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아프리카 아기들에게 털모자를 떠주는 활동을 학교 기술가정 시간에 했었다
이것도 봉사활동 시간이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해서 열심히 떠서 완성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뜨개질로 뭔가를 처음 완성해본 순간이었다
그 후에도 추워지면 가끔 뜨개질을 하긴 했는데 뭘 시작하면 끝까지 완성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냥 생각날 때 조금씩 뜨다가 말고, 또 추워지면 꺼내서 조금 뜨고…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베를린 목도리를 보게 됐다
한동안 뜨개 쪽에서 베를린 목도리가 꽤 유행했었는데, 디자인이 심플해서 어디에서든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걸 보고 나도 한번 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 뜨개질을 시작했을 때도 목도리를 떠보고 싶었던 거였다
게다가 베를린 목도리는 초보가 뜨기에도 그렇게 어려운 도안은 아니었다
특별한 무늬 없이 원통뜨기로 겉뜨기만 하면 되는데 완성하고 나면 꽤 예쁜 목도리가 나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번 제대로 떠보자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시작부터 첫 번째 위기가 왔다
별실을 이용해서 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별실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데 코는 또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찾아보면서 시작했던 것 같다
어찌어찌 코를 만들고 나니 두 번째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베를린 목도리는 특별한 무늬가 없는 디자인이라 거의 무한 메리아스였다 줄여서 무메
최소 190cm를 떠야 하는데 그냥 겉뜨기만 계속하면 되니까 처음에는 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떠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더 지루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싶을 정도로 계속 겉뜨기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 위기는 베를린 스카프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프린지였다
이게 초보자들에게는 거의 통곡의 벽이라는 걸 무메 구간을 다 뜨고 나서야 알았다
프린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유튜브는 정말 다 뒤져봤던 것 같다ㅋㅋㅋ
그래도 다행히 유튜브에는 내가 막혔던 부분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영상들이 정말 많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꼈었나보다
덕분에 영상을 찾아보면서 하나씩 해결했고 결국 나는 해냈다

그렇게 회색 베를린 스카프를 완성했다
처음 만든 거라 프린지는 아주 지멋대로 만들어버렸지만 자세히 안 보면 모르니까 나름 아주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완성한 목도리였으니까
그런데 완성한 걸 엄마한테 보여줬더니 자기도 하나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어쩌겠어…. 만들어야지….

엄마 건 핑크색으로 만들어줬다
확실히 두 번째로 만드는 거라 그런지 처음보다 훨씬 예쁘게 만들 수 있었다
프린지도 첫 번째보다는 조금 덜 지멋대로였고ㅋㅋ

엄마가 내가 만든 목도리를 잘 하고 다니는 것도 좋았다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이 실제로 잘 쓰고 있는 걸 보니까 그것도 나름 뿌듯했다
그래서 하나를 완성하고 나니 또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뜨개질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도 있다
생각보다 뜨개 관련 팝업이나 행사들이 꽤 많다는 것
예전에는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관심을 가지니까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둘 구경하러 다니다 보니 실도 구경하고,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도 보고, 새로운 것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더 뜨개에 빠져들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뜨고 있는 것들도 하나씩 기록해보고, 뜨개 관련해서 알게 된 정보나 팝업, 행사에 다녀온 것도 남겨놓고 싶어서 knitlog를 시작하게 됐다
그냥 그때그때 뜨고 지나가면 나중에는 뭐를 만들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씩 정리해두면 시간이 지나서 다시 봤을 때 ‘이때 이런 것도 만들었구나’ 하면서 괜히 뿌듯할 것 같았다
아직은 뜨개질을 잘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기록해보려고 한다
일단은 지금 뜨고 있는 것부터 천천히 남겨봐야겠다